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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

생각의 발자취
[ 이 생각은 2008년 07월 10일 시작되어 총 0명이 참여하였습니다. ]
1992년 대통령교육정책 자문회의는 모든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특히 교육소외계층의 불평등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교육복지제도를 건의하였다. 그로부터 5년 후 교육부는 전국 4개교에서 학교사회복지 시범사업을 실시하였지만, 초기의 전국 확대 실시와 달리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교육복지는 2003년, 자문회의의 건의 이후 10년이 흐른 후 사회의 양극화 해소에 대한 갈망 속에서 다시 재개되었다. 학교 내에 교육복지실이 만들어지고 교실카페가 생기고 쉬는 시간엔 보드게임을 하며 각종 복지서비스가 학교 내에서 이루어졌다. 이제 드디어 일부 학교에 조금이나 학생들의 입장에 서서 공감해주는 장소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서면서 영어몰입교육과 0교시,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전국 일제고사의 부활과 강조 속에서 지난 주 정부는 교육복지사업을 복지가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명확히 선을 그었다.

올해 예정된 신규지역 선정은 전면적으로 폐지되고(그 돈으로 뭘할까?) 사업의 기본 방향을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및 학교정보 공시제' 도입에 따른 학업성취 향상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하고 사업 명칭을 복지가 빠진 '교육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으로 확정하였다.

나는 20여년을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동안, 수많은 교육정책이 본질을 왜곡하고 변질되는 것을 지켜봐왔다. 창문만 없애면 ‘열린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새벽 4시 반에 등교해서 밤12시까지 교실에 붙잡아 두기만 하면 교육이 이루어져 ‘공부 시키는’ 좋은 학교라는 인식을 가진 학부모와 교장들이 무수히 많음을 체감했다. 반강제로 형식뿐이 보충수업 희망원에 학부모 싸인을 위조하라고 윽박지르는 교무실의 익숙한 풍경과 고3과 중3을 맡은 담임 교사에게 생선회와 갈비를 주며 학생 머리수 그대로를 돈으로 계산하는 지방 대학 교수들과 부교재와 학습지 관계자, 출판사와 서점을 보아왔다.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기독교 정신을 앞세우는 무수한 사립학교 교장과 이사장이 누구보다도 먼저 교사를 노동자로 인식하고 매일 기도와 예배로 학교 교회 출석을 통해 그야말로 교육을 통한 선교에 매진하는 것을 봐왔다. 인문계 사립 고등학교에서 시간강사와 기간제 교사로 전체 교사의 상당수를 채용하고 학교 시간표를 이중으로 작성하여 국영수만 가르치는 것을 봐왔다.

이것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잠재능력을 계발하고 민주시민의 자질을 함양시키는 교육이며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하는 교육인가?

교육복지사업은 지나치게 많은 돈을 그저 지출하고 마는 사업으로 오해하는 일선의 학교들은 오히려 새정부의 ‘교육투자사업’의 방향성에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그런 학교들일수록 진정으로 학교의 본질적 목적의 달성, 학생의 삶의 질 향상의 ‘복지’를 고민해본 적이 없으며, 학생은 인간이기 이전에 투자가치 여부에 따른 사업 대상자였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지침 속에서 교육복지실이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쉼터가 되기보다는 학교운영협의회실이 되어야 하고, 학생들이 교육복지실에서 웃는 소리들이 실내 정숙과 면학 분위기에 역행했다고 외쳐왔던 교육계와 학교장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교육투자사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많으니까.

이미 그동안 교사자격도 없지만 말만 할 줄 알면 대한민국은 항공권과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원어민을 모셔왔다. 학생수가 줄어들면 선진국 수준으로 15명 내외의 학생들을 모든 교사가 1:1로 개인지도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교사수를 늘리고 학교교육이 정상화되어 사교육이 필요 없게 만드는 노력보다는 돈주고 학원가서 배우라고 바우처를 도입하고, 학교에서 학원장사하라고 강사 데려오고, 이제 그 사교육비를 소득공제해주겠다고 생색을 낸다.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교육투자인가?
  • 참여기간 : 2008-07-21~2008-10-10
  • 관련주제 : 지역개발>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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