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에 방벽설치보다 평화운하를 건설하자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대결과 대립이 치열해질수록 긴장을 완화시켜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노력과 정책도 그만큼 더욱 절실해지고, 위기를 기회로 돌릴 수 있는 비상한 대책과 지혜가 필요하다.
요즈음 북한이 군사분계선에서 대전차방호벽을 쌓는 등 특이동향이 나타나고 있다는데, 이는 전쟁위기에 대비하는 군사조치임이 명백하므로 방관만 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이 심상치 않은 동향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과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응책으로서 차제에 남북이 함께 군사분계선에 평화운하를 건설하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남북대화를 제안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남북대화 제안은 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비추어 볼때 엉뚱한 문제가 되겠지만, 대북정책을 비롯한 모든 남북관계정책은 고장난명의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정책만으로는 그 정책이 유효하게 성립되기도 어렵거니와 성공적인 정책이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남북 간의 모든 대화가 중단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일방적인 대북정책을 고집하거나 집착하면 대화나 합의를 이루어내기 어렵고 남북 간의 평화는 갈 수록 어려운 방향으로 치닫게 될 것이 뻔한 한반도 정세이다.
이러한 정세에서 대화의 물고를 틀 수 있는 남북대화 재개가 시급하고, 이 대화를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다. 이 같은 노력에서는 북한의 상황과 정책 등을 살피고 고려할 수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 한반도 상황과 납북관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대전환을 결행하고 있다. 요약하면 정치 군사적인 제도적 통일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한반도 2국가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2국가 제도는 한반도에서 적화통일이든 흡수통일이든 모든 통일의 여지를 근원적으로 정리하고 차단하는 분단의 확고한 정착을 의미하므로 한반도에서의 모든 분쟁의 씨앗을 근원적으로 해소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남북의 관계를 2개의 국가 간의 관계로 설정하는 문제는또 다른 논의의 대상과 분야로서 별개의 문제이므로 논외로 하고, 여기서는 북한의 이러한 변화와 운하건설문제의 관련성을 살피고 2개의 문제가 정책의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 만을 주목하고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군사분계선에서 대전차방호벽 등 방벽을 건설하는 군사조치도 이러한 일련의 정책변화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된다.
이와 같이 평화운하건설과 북한의 대변혁은 정책방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대화제의에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도 있어서 이를 통한 남북대화 재개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필자가 이 평화운하 건설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연초성몀을 통해 대남정책을 바꾸어 평창올림픽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어 김영남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이 서울을 방문했던 무렵 필자는 '군사분계선을 해체하고 남북이 함께 건설하는 평화운하로 대체하는 대안 정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글을 두 개의 중앙 일간지에 독자투고형식으로 제안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신문게재가 불허되는 것을 보면서 당시 남북문제에 관한한 대한민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개탄과 불만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 후 여러 해가 지났지만 상술한 바와 같이 최근 북한의 2국가 체제의 추진에 관한 통일정책의 변화와 방호벽설치 등과 같은 북한의 새로운 변화를 고려해 볼 때 평화운하 건설을 위한 협의와 대화제의는 지금이 오히려 시의 적절한 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물론 이 문제는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수많은 문제, 북핵문제 등 여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련성 검토와 논의가 전제되고 있는 문제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하고, 우선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대화의 물고를 트는 문제에만 치중하여 대북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운이 감돌고 있는 군사분계선의 전쟁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로써 지금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대전차 방호벽 설치 등 방벽을 건설하는 방안과 그 대안으로 평화운하를 건설하는 방안을 비교 검토해 보면, 방벽건설보다 평화운하를 건설하는 것이 우선 남북 쌍방 간에 그 어떤 방벽보다 훨씬 강고하면서도 평화적인 방호벽이 될 수 있고, 또한 아름다운 관광경치를 조성하는 등, 훨씬 더 자연환경 친화적이며, 무엇보다 운하위에 여러 개의 다리를 건설하여 안전하고 평화적인 남북소통과 왕래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유익하고 편리한 교통편의를 도모하게 됨으로서 한반도 및 남북 간의 평화정착 촉진과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그러나 평화운하를 건설하는 문제는 보다 근원적으로 남북체제 공존의 국가연합형태의 통일정책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고 남북 간의 소통과 왕래에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요한 이점이 내포되어 있다.
2024. 06.21
장 재 철